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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 김홍도

가을글방 2014. 9. 2. 11:27

 

 

      열 세살 아들의 아버지 김홍도 

       내 아버지 김홍도  /  설흔  /  낮은산

 

사람들은 살면서 크건 작건 흔적을 남긴다.

한 사람이 한 생애를 살면서 남긴 흔적은 때로 매우 아름답다.

그런 아름다운 삶을 산 사람들은 그들이 남긴 흔적이 유형이간 무형이건 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리움이 된다.

우리 후세인들은 대개는 자기가 닮고 싶고 때로 그리워하며 우러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많은 부지런한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의 흔적을 찾는다.

 

여기 김홍도가 있다.

 

조선시대, 뛰어난 화가였던 김홍도는 그림을 하는 사람이건 보기만 하는 사람이고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 하는 사람이다.

어떤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에 일생을 바쳐 일가를 이루면 훌륭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일가의 성취 위에 참 삶을 살아 왔다면 이는 금상첨화다.

 

김홍도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 아들은 오래 치성을 들여 사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귀한 아들이다.

그 늦둥이 아들에게 아버지 김홍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 책은 그 아들이 열 세살의 나이로 기억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김홍도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에게. 별로 알려진 게 없는 한 뛰어난 화가에 대해 아쉬운 사람에게

작가 설흔은 아들의 눈으로 그리는 아버지 김홍도를 가까이 데려왔다.

김홍도는 알려진대로 조선 최고의 화가이며 어전화원 (임금님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보는 이들이 그림 앞에서 깊은 사색에 빠지게 하는 품격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칭송이 높고 돈깨나 있는 한량들은 앞다투어 그에게서 그림을 얻으려 했다.

그렇다면 김홍도는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았을까?

아들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술을 즐기고 거나하게 술에 취하면 버선을 벗고 고운 맨발을 보이던 아버지는 

행복하지도 여유롭지도 못했다.

여간해 속내를 보이지 않는 말 수 적은 아버지는 그러나 어린 아들을

친구를 만나는 자리에,

 술 한잔을 하는 자리에,

벗과 그림을 그리고 시 한 수를 화폭 위에 쓰는 자리에 아들이 있게 했다.

아들은 어려서 부터 그림 속에서 자라고

조선시대 절대 천재의 유전자를 받은 아들은 아버지에게서 그림을 배워 화원이 되려는 꿈을 가진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림을 가르치지 않는다.

아버지 김홍도는 그림을 사랑하되

화원으로 부탁 받은 그림을 그리는 일과

생계를 꾸리기 위해 그린 그림을 파는 일을 견디지 못한다.

아버지는 오로지 화가로서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며 사는 꿈을 꾸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명망을 얻으면 그 소리에 치어 삶을 그르친다.

제법 잘 살은 사람들이 하찮은 명성에 혼을 빼앗기고 자멸 하는 안타까운 일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았는가.

그래서 김혼도 삶은 아름답다.

 

이 책 내 아버지 김홍도는

 열 세살 까지 같이 살고 헤어진 아버지는

 

서당 훈육비를 못내 회초리를 맞게 한 아버지,

당대 제일의 화원이었음에도 어머니가 밤 늦게 까지 삯바느질을 하게 한 아버지,

그러나 술 취해 고운 맨발을 보이던 아버지,

 

그립고 그립고 또 그리운 어여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