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아몬드 //손원평 // 창비
웃을 수 없는 두 소년의 상처 끌어안기
윤재는 웃지 않는 아이로 태어났다.
윤재는 울지도 않는다.
윤재의 편도체는 다른 사람보다 작다.
그래서 윤재는 감정 표현이 부족하고 특히 공포를 못 느낀다.
윤재의 편도체는 아몬드 크기만 하다. 그래서 엄마는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윤재에게 아몬드를 먹게 한다.
웃지 않는 아이! 윤재는 웃지 않는 아이여서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받는다.
윤재는 아빠를 모른다.
아빠는 윤재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윤재는 엄마와 불화하는 할머니와 셋이서 산다.
엄마는 윤재가 정상적인 아이가 되기를 , 적어도 정상적인 아이와 가까워 지기를 바라지만 윤재는 변하지 않는다.
윤재가 4학년일 때 큰 사건이 일어난다.
엄마와 할머니는 좀처럼 하지 않는 외식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 날은 크리스 마스 이브였고 윤재의 생일이었고 눈이 왔다.
엄마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소녀처럼 좋아했고 할머니도 엄마의 기분을 따라 활짝 웃으며 눈 오는 청계천 거리를 걸었다.
그 때 한 정신 이상자가 웃는 사람을 향해 무차별 폭력을 휘둘렀다.
엄마는 둔기로 머리를 맞아 식물인간이 되었고 윤재를 보호하려던 할머니는 괴한의 칼을 맞고 현장에서 숨진다.
그 엄청난 사건을 목격한 윤재는 그러나 울지도 두려워 하지도 않았다.
이 때부터 윤재는 괴물이 된다.
반 아이들은 윤재를 두려워 하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한다.
윤재네 반에 한 아이가 전학을 온다.
곤이란 아이다.
윤재가 반에서 이유없는 피해자라면 곤이는 이유 없는 가해자다.
곤이는 박사인 아빠와 기자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유복한 아이였다.
그런데 세 살 때 놀이 공원에서 엄마의 손을 놓치고 미아가 된다.
본 이름이 이수였던 곤이는 중국인 부부와 살다가 다른 집에 입양이 됐다가 파양이 되고
보육원과 소년원을 전전하는 동안 비뚤어질대로 비뚤어진 상처투성이의 아이가 됐다.
아들을 잃은 엄마는 병이 깊어 사경에 이른다.
곤이의 아버지는 이때 어렵게 아들을 찾았지만 비뚤어질대로 비뚤어진 아들 대신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자신들의 아이와 닮은 윤재에게 하루 아들이 돼 달라는 부탁을 한다.
곤이의 엄마는 아들을 안고 하염없이 울다가 임종을 맞는다.
곤이는 엄마의 얼굴을 한 번도 못 보고 돌아가신 엄마의 영정 앞에 절을 한다.
아빠는 곤이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곤이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상처 투성이의 두 아이는 사사건건 부딛친다.
이 아픈 두 아이를 그 어떤 어른도 치유의 방법을 찾지 못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어린이들의 성장기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고 정상으로 태어난다는 게 얼마나 큰 축북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윤재는 엄마가 하던 헌책방을 운영하며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 있는 엄마를 매일 찾아간다.
한편 자신을 대신하여 엄마의 품에 안겼던 윤재를 용서 할 수 없는 곤이는 매일 윤재를 괴롭힌다.
두 아이는 매일 만나고 매일 치고 받고 싸우며 매일 몸을 부딛는다.
친 아빠와 화해 할 수 없는 곤이는 더 힘센 사람이 되기 위해 전설적인 무서운 두목 철사를 찾아가고
윤재는 곤이를 찾아 나선다.
두 아이, 윤재는 곤이를 구하기 위해, 곤이는 윤재를 구하기 위해 엄청난 힘을 가진 철사와 맞선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가진 소중한 것을 잃고 그들이 가지지 못했던 것을 얻는다.
이 이야기는 대중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읽히는 것은 그 속에 누구나가 한 번쯤은 겪었을 시련과 좌절,
그리고 어쩌면 이겨냈을 순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각기 다른 상처로 아픔을 겪고 있을 우리 아이들에게 윤재와 곤이는 손 잡아줄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