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
구덩이 파는 아이들, 스텐리와 제로의 자장가
구덩이 / 루이스 쌔커 / 창비
감동에 파묻혀 좋은 영화 한 편을 보고 났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영화를 다시 보게된다.
감동으로 미쳐 못 본 스토리의 전개나 주인공의 삶을 장면 장면을 통해 다시 잘 보기 위해서다.
이 책이 나에게는 그런 책이다.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스텐리 옐내츠네 식구들은 지독하게 운이 없다.
그것은 그들의 조상 --아무짝에도- 쓸모없고-지저분하고-냄새-풀풀-나는-돼지도둑-고조 할아버지 때문이다.
좀 많이 뚱뚱한 것 빼고는 크게 잘못한 일이 없는 스탠리는 정말 운수 나쁘게
길을 가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낡은 운동화를 줏은 죄로 체포돼서 <초록 호수 캠프>라고 불리는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소년원에 갇힌다.
그 소년원은 예전에는 호수였으나 백여년동안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사막으로 변한,
무더운 사막 한 가운데 있다.
소년원에 갇힌 아이들은 무더운 뙤약볕 아래서 매일매일 끝도 없이 가로 세로 깊이 1.5M의 구덩이를 파야 한다.
소년원측은 구덩이를 파는 노동이 죄로 물든 아이들을 정화 시키는 교육이라고 말 하지만
실제로는 탐욕스런 소장이 드넓은 사막 어딘가에 뭍혀 있을 보물을 찾기 위한 속셈이 숨어 있다.
이 사막이 초록 호수였을 때 이곳에는 마을이 있었다.
마을 학교에는 아름답고 마음씨 고운 여선생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고
호수 건너편에서 오는 양파장수는 마을 사람 모두에게 양파와 이상한 약을 팔았다.
여선생은 " 양파요, 달콤하고 싱싱한 양파요" 라고 외치는 사랑스런 흑인 양파장수와 사랑에 빠지고
백인과 흑인이 사랑을 했다는 죄로 양파장수는 총을 맞고 죽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착한 여선생은 호수를 건너가고 그날 이후 110년 동안 마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호수는 말라 사막이 되고 여선생은 무서운 강도 <키스하는 케이트 바로우>가 된다.
오래 전 스탠리 옐네츠의 고조 할아버지는 아름답지만 머리가 깡통인 한 소녀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소년 엘리야 옐네츠는 집시 할머니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예언가 집시 제로니는 엘리야에게 아주 작은 돼지 새끼 한 마리를 주고 매일 돼지를 언덕위로 안고 가
거기에 있는 물을 삼년동안 먹이라고 한다.
그리고 삼년째 되는 날 한 쪽 다리가 없는 자기를 안고 언덕을 올라가 달라고 한다.
돼지가 300KG이 됐을 때 엘리야는 돼지를 안고 아가씨의 아버지에게 가지만
거기에는 똑 같이 300KG 나가는 돼지를 안고 온 늙은 농부도 와 있다.
아가씨의 아버지는 두 사람이 똑 같은 무게가 나가는 돼지를 안고 온 걸 보고 딸에게 신랑감을 고르라고 하는데
머리가 텅빈 아가씨는 젊고 잘생긴 젊은이와 늙고 탐욕스럽게 생긴 농부 두 사람을 놓고 선택을 못한다.
아가씨의 멍청함에 실망한 엘리야는 돼지를 아가씨에게 주고 고향을 떠나 멀리 미국으로 가는 배에 오른다.
배가 출발 하고 한 참을 지나서야 집시 제로니에게 한 약속을 못 지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돌이킬 수 없이 된 일이다.
제로니는 엘리야 자손 대대로 더럽게 운이 없이 살라는 저주를 내린다.
스탠리 옐네츠는 초록 호수 캠프에서 머리가 꽉 막힌 아이 제로를 만난다.
글자를 모르는 제로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 대가로 구덩이 파기 명수인 제로는 스탠리의 구덩이 파는 것을 도와준다.
그 일을 아이들은 못 마땅해 하고 드디어 스텐리가 집단 폭행을 당한다. 이걸 보고 참다 못한 제로가 한 아이의 목을 조르고
이 사건으로 제로는 캠프를 탈출한다.
그러나 철조망도 감시 탑도 없는, 그리고 가도 가도 끝없는, 물이 한 방울도 없는 캠프를 탈출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한다.
모두 제로가 갈증을 못 견디고 돌아 올 것이라고 말 하지만 제로는 돌아 오지 않는다.
스탠리는 제로를 찾아 물 한 방울 없이 사막으로 떠난다.
작가는 세 가지 이야기를 얼기설기 엮으면서 탐욕스런 인간들이 벌이는 폐해와
성실한 사람들이 힘겹게 그 폐단을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랜 운명속에 서로 얽혀 있는 스탠리와 제로,
그들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한 번쯤 자신들의 운명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삶이라는 거대한 드라마에는 시작과 끝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