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책읽자

70년대 우리 부모님들이 살아 온 이야기

가을글방 2013. 5. 9. 11:39

 

 지붕 낮은 집  /  임정진  /  푸른숲

사람들의 삶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에는 이야기가 더 많다.

그것은 안에 누가 사는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숨 소리는 물론이고

웃음소리나 울음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는 높은 담장에 가려진 부잣집과는 달리

가난한 사람들은 좁은 공간에 어깨를 부비며 삶의 모든 소리를 나누며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비밀이 있을 수 없고 고단한 삶에 의례 따라다니기 마련인 애환이 끊일 새 없이 일어난다.

아이들은 제 방 하나 갖는게 소원이고 어른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는 게 소망이다.

그러나 특별히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않은 평범한 열 세살짜리 혜진이의 눈에 비친 마을의 일상은

예사로이 넘길 일이 아니다.

이웃집의 행복과 불행은 남의 일이 아니고 바로 나에게 와 닫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어른들은 오래 잊고 산, 우리의 한 시절을 떠 올리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그런 삶을 이해 하기 힘든 요즘 아이들, 그러니까 우리들의 아이들은 '그렇게 산 삶도 있었나?' 하며 갸우뚱 할 것이다.

 

하모니카를 잘 부는 멸철이는 동생과 함께 할머니랑 산다.

그런데 그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명철이 형제는 고아가 된다.

그러나 명철이는 씩씩하다.

공부를 제일 잘 하는 우등생이었지만 중학교에 가는 대신 국수 가게에 취직해서 동생을 돌본다.

희숙이는 브라질에 이민 가서 사는 언니가 있어 뽐낼게 많다.

희숙이는 언니가 보내 준 외제 물건들로 아이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런데 온 동네 엄마들이 든 계의 계주인 희주 엄마는 온 동네 엄마들의 금쪽 같은 돈을 몽땅 갖고

 아무도 몰래 브라질로 도망을 간다.

그 동네에서 유일하게 부자인 송미는 빨리 집에서 나갈 궁리만 한다.

송미는 자신의 엄마가 호적에 이름도 못 올린 채 작은 댁으로 사는 게 싫다.

그런가 하면 민수 엄마는 큰 부인이면서 무식하다는 이유로 남편을 빼앗기고

새우젖 장수를 하며 억척스레 사는 사람이다.

송미도 민수도 모두 불쌍한 아이들이다.

교회 성가대에서 성가대를 지휘하는 잘 생긴 민재 오빠가 자꾸 좋아지는 사춘기 소녀 혜진이는

민재 오빠를 더 좋아 하게 될까봐 교회 다니기를 포기한다.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각자의 고민을 갖고 힘들어 하지만

달동네 사람들은 씩씩하다.

그들에게는 각각 꿈이 있고 그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 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살아 온 이야기는 그 시대의 진솔한 작은 역사이다.

그것은 또 나라를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그들의 힘겨운 일상과 묵묵히 걸어간 고단한 삶이 발전을 가져오고 풍요의 믿거름이 되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시대에 살면서

가난이 무엇인지, 아끼는 게 무엇인지. 욕망을 잠 재우는 게 무엇인지 ,

참아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어버이들이 살아 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명철이, 송미, 민수,혜진이들은  모두 이 시대의 아이들을 키운 장한 부모가 되었다.

 

이 소중한 추억을 묻어두지 않고 이야기 해준 작가에게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