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를 황금으로 본 아이, 삶을 황금으로 만든 아이
모래 소금 / 정동영 글 / 윤종태 그림 / 파란 자전거 펴냄
열 두 살 여만은 나무 한 짐을 힘겹게 해다 팔아 보리 쌀 반되를 바꾸어 어머니와 어렵게 살아간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다른 사람 보다 큰 나무 짐을 해다 팔아도 살림 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 때 여만은 이 장 저 장을 다니며 장사를 하는 연모장수를 알게 된다.
연모장수는 인두, 가위, 손거울 빗등 생활용품을 주로 팔지만 때때로 전혀 다른 물건을 팔기도 하는데 장사 수완이 아주 좋은 장사꾼이다.
그 연모장수가 어린 나뭇꾼 여만에게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살피라고 가르쳐 준다.
여만이 자신은 산에서 나무를 하기 때문에 산 밖에 모른다고 하자
"산에는 나무만 있는 게 아니지. 버섯도 있고 열매도 있고 또 숨어 있기는 하지만 산삼도 있다는 걸 아니?
산을 좋아 하면 산에서 길을 찾아보아라."
라고 말한다.
여만은 차츰 장사의 눈을 뜨는데 무엇보다 여만의 시선을 잡는 것은 소금이다.
당시 소금은 귀하기도 하고 값도 비싸서 가히 황금이라고 불렸다.
그런데 장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물전 같은데서 그 귀한 소금이 함부로 버려지고 있었다.
생선을 절이면서 버려지는 소금은 길바닥 흙 모래와 섞여 아깝게 버려지고 있었다.
여만은 그렇게 버려지는 소금을 그러모아 재생 소금을 만들려고 한다.
소금을 물에 씻어 흙, 모래를 거르고 끓이면 새 소금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새 소금은 쉽사리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만은 소금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드디어 재생 소금 만들기에 성공하고 그렇게 만든 소금을 싼 값에 판다.
그런데 당시에는 아무나 소금을 만들어서도 안 되고 팔아서도 안 되었다.
결국 여만은 소금 상인 권택주에 잡혀 간다.
소금을 훔쳤다는 죄목이었다.
그런데 소금상단의 큰 어른인 권택주는 사려가 깊은 사람이다.
잡혀온 어린 소년의 눈에서 소금에 대한 열정을 보고 자신의 염전에 2년 동안 일군으로 일 하라며 보낸다.
이 책은 한 소년의 집념과 그 열성을 알아 본 어른이 만나 이룩하는 놀라운 발전 한 과정을 보여준다.
어떤 한 사람이 한가지 일에 온 정신을 모으고 매진했을 때 우리는 눈부신 성과가 나는 것을 보게 된다.
글을 배운 적도 책이 주는 도덕 교육도 못 받았지만 여만은 아주 반듯한 성품을 가진 아이이다.
그 아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면서도 결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오래 소금상단을 이끌어 왔으면서도
비 오는 날이면 일 손을 놓아야 하고
한 없이 일꾼들은 물지게를 져 날라야 하고
..........................
상단의 큰 어른조차 해결 하지 못한 일을 어린 여만이 풀어낸다.
그러나 여만은 자만하지 않을 뿐더러 공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무엇이나 가능하면 쉽게 다른사람에게 얹혀 가려는 안이한 생각에 빠져 있는 이들은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가치 있는 삶은 자신의 땀으로 무엇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