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선비 서재에 들다
고전 연구회 사암 / 포럼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공통된 꿈은 서재를 가지는 것이리라.
예로부터 책을 사랑하는 이들은 좋은 책을 많이 소장 하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좋은 책을 맘껏 소장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두 권 책을 사는 것은 큰 부담이 안 되지만 가난한 선비들이
그들의 양껏 책을 사 읽고 소장하는 일은 녹록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책 읽기를 즐겨하는 이들의 집에는 그들의 빈 부와 상관 없이 상당량의 책이 있다.
이 책은 조선 시대의 내노라 하는 청정 선비들의 책 읽기와
그들이 소장한 책, 그리고 그 책을 보관한 서재와
그 서재에 걸맞는 기(記)를 모은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선비들은 책 읽기의 뜻과 모습이 조금씩 달랐다.
선비들은 책 읽는 자세에서 조상이나 스승의 모습을 닮으려 했고 삶의 목표를 두었다.
책이 어느정도 모아지면 각기 형편에 맞게 서재를 만들었다.
후대에 남을 누각을 지은 선비가 있는가 하면
초가 한 칸을 짓고 맘은 이미 부자가 되어 독서 삼매에 빠지고
또 더러는 산수가 아름다운 곳을 찾아 정자같은 서재를 지어 놓고 자연과 책과 더불어 사는 삶을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서재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이 뜻하는 바를 알리는 기(記)를 친분이 두터운 지인이나
존경하는 스승께 부탁을했다.
이 책은 그렇게 선비들이 영혼을 불어 넣고 아낀 서재와 그 서재에 붙인 記와 그 기념할 만한 서재의 주인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아직 어린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말도 있고 이해하기 버거운 문장도 있겠지만
한 편 한 편 읽어가다보면 옛 선비들의 독서정신이 보일 것이다.
조선의 내노라 하는 석학이며 청렴한 선비들이 지은 서재명을 보는 것은 철학의 입문과도 같은 깊은 뜻이 있다.
* <북을 울리고 책 상자를 여는 까닭>이라는 뜻을 가진 이첨의 서재 고협재
* <서재에 쌓인 책을 보고 즐기다>는 뜻의 이서구의 소완정
* <마음이 세상과 멀어서 절로 즐겁구나>라고 한 유성룡의 원지정사와 <옥처럼 맑은 물을 닮다>라는 옥연서당
* <그쳐야 할 때 그치고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한다>라고 삶의 목표를 정한 권대재의 돈간재
* <나는 세상이 좋아하는 것과 반대로 사는 사람이다>라며 통곡편이라는 서재를 가진 허친
* <졸렬함을 기르는 공간>이라는 해학적인 이름을 가진 이협의 양졸당
* < 공부하거나 독서 할 때 가장 먼저 할 일>, 유배중 자식의 교육을 걱정해 지은 정약용의 삼사재
* <듣기 위해 배우기 위해 행동하기 위해 근심한다> 채지홍의 삼환재
* <백 번, 천 번, 만 번, 억 번에 이르도록 읽다> 타고 난 노둔함과 어리석음을 극복하기 위해 만 번 억번의 책 읽기로 대문장가가 된
김득신의 서재 억만재
* <조그만 땅의 백성도 큰 땅의 백성 못지 않다> 유배지 흑산도에 초가서재를 짓고 독서하며 아이들을 가르쳤던 정약전의 서재 사촌 서실
등등...........
그리고 유명한 독서가 였던 세종대왕이 처음으로 실시하고 성종임금이 그 뜻을 살린 사가 독서제.
사가 독서제는 젊고 유능한 선비를 뽑아 학문 연구와 독서에만 몰두하도록 세종대왕이 내린 사가 독서 휴가제이다.
이 기간에는 마음 놓고 책만 읽으며 학문에 몰두 할 수 있었는데 집현전 학자들이 그 혜택을 받은 자들이다.
그들의 독서는 한글창제에 큰 도움이되고 세종의 위업을 돕는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세조가 왕권을 잡고 집현전 학자들이 단종의 복위를 위해 반기를 들자 세조는 사가독서제를 폐지한다.
그후 성종이 이 제도를 다시 살리고 많은 책을 소장한 <독서당>이라는 서재를 만든다.
독서는 아무리 권장해도 다함이 없는, 학문을 함에 있어서나 인격을 바르게 세우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다.
내집의 크기가 얼마이든, 내가 소장한 책이 몇 권이든 나만의 서재 하나쯤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독서가이다.
나의 작은 서재 <가을글방>에는 이 글을 쓰기 위해 내가 읽는 책 들이 쌓인다.
어느 때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시골로 가서 작은 서재에 현판을 달고 지인 누군가에게 <가을글방>기를 써 달라는 객기를 부리고
그리고 나의 책들이 같이 읽히는 행복한 시간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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