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달고 태어난 진아의 눈부신 살아남기
꽃 달고 살아남기 / 최영희 / 창비
사람은 누구나 부모에 의해 태어난다.
그런데 어떤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는가 라는 문제에 있어서는 절대 인간의 권한 밖의 일이다.
사람들은 능력 여하를 떠나서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는가가 일생을 살아가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부모를 원망한다.
열 여덟살 고등학교 2학년인 진아의 부모는 엄마가 76살이고 아버지는 82 살이다.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일이다.
진아는 결혼 40년동안 자식이 없는 부부에게 꼬질꼬질한 보자기에 싸여 들어온 업둥이이다.
늙디늙은 부모의 업둥이 자식이 된 진아는 그러나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
부모의 사랑뿐만 아니라 방귀만 뀌어도 그게 누구의 방귀인지 훤한 작은 시골 마을 모두의 업둥이가 됐고
마을 모든 어른들의 관심을 받으며 자랐다.
도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진아는 집을 떠나 하숙을 하게 된다.
한 달에 한 번 집에 오는 진아는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마을 어른들이 모이는 둥그나무 아래 평상으로
인사를 가는게 순서다.
어쩌면 평범하게 자랄 법한 진아에게 절대 무심할 수 없는 두 사람이 들어온다.
그중 하나는 인근 여러마을을 떠도는 꽃년이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같은 중학교에 다니던 머시마 신우다.
정신이 오락가락 해서 정처없이 이 마을 저마을을 떠돌며 살아간다는 꽃년이,
그 꽃년이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진아는 듣는다.
어려서 부터 자신이 업둥이였음을 알고 있는 진아, 한 번도 생모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마을 어른들이 수근대는 꽃년이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진아를 흘려 듣고 말 수가 없다.
우연히 말을 트게 된 신우는 졸지에 고아가 돼 고향을 떠나더니 어느 때 부터 불쑥불쑥 진아 앞에 나타나
진아를 혼란스럽게 한다.
어디에 있는지 정처를 모르는 꽃년이를 찾는 일과
말하고 만지고 냄새를 맡을 수 있음에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우,
진아는 이 두 사람으로 하여 정신이 어지럽다.
이런 진아를 돕는 두 사람이 있으니 하나는 외국 추리 연속극에 아주 깊이 빠져 있는 절친 인애이고
또 한 사람은 고등학교 과학 선생임에도 만화 캐릭터와 프라토닉 사랑에 빠진 변태 물리선생이다.
사람은 평생 고민을 놓지 못하고 산다.
사람마다 그 고민의 종류나 농도가 다 다르지만 어른들은 사춘기의 고민을 고민이 아니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한참 삶이 무엇인지, 내 존재가 무엇인지, 또 내 앞날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 날 것인지에 대한 생각으로
잠 못 이루는 청소년기 아이들의 고민은 그렇게 간단히 생각할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하물며 진아라는 고등학생이 가진 문제임에랴.
작가는 일찍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한 아이 앞에 꽃년이와 비슷한 증세, 환상속의 어떤 존재를 등장시켜
주인공을 더욱 깊은 혼란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게 만든다.
많은 사춘기의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이해 할 수 없는 큰 고민을 숨기며 산다.
그러나 고민은 숨기며 혼자 앓으면 더 커지게 되고 누군가와 나누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진아에게 있어서 단 하나 뿐인 친구 인애의 존재와
학생들 사이에서 변태라고 알려졌음에도 믿을 수 있는 어른으로 찾아가게 된 물리 선생은
많은 절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이다.
그런가 하면 모든 일을 그저 좋게 좋게 쉽게 해결 하려는 버릇에 꽉 잡혀 있는 기성 세대야 말로
우리 모두가 넘어야 할 험난한 산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주인공에게 부담없이 외칠 수 있다.
진아 화이팅!! 고민하는 청춘 모두 화이팅!!
이 책은 제 8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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