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책의 미덕

가을글방 2013. 2. 12. 12:13

     

             책의 미덕

책은 고맙다.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 우리는 행복하다.

그래서 그 고마움을 준 이들은 좋은 분들이다.

그 고마움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은 소중한 것을 받았을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평생 그 어느 누구보다 귀한 것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매매일 책 읽기를 하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좋은 사람들을 책 속에서 만나고

그 각각의 위대한 작가들과 무시로, 무상으로 교류하며

얼마나 많이 그들의 고매한 정신과 더 할 데 없이 드높은 철학에 가까이 가려는 발걸음을 떼는지.

책은 늘 고맙다.

 

책은 겸손하다.

책은 참으로 많은 것을 가지고 독자를 기다리되 보채지 않는다.

책은 그 내용이 어떻든 읽는 이들의 수준을 가려 편애하지 않는다.

읽는 이들이 그들 나름의 그릇으로 얼마를 이해하든 나무라지 않는다.

한 번 읽고 말귀가 어려울 때 재독, 삼독 하는 이들에게는 그 만큼의 보상을 아끼지 않는다.

책 읽기에 부지런 하지 못해, 또 때로는 시간에 쫒겨 몇 장 가난하게 읽다 잊어도 그냥 기다려 준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이렇게 조각 조각 나누어 읽을며 미안해 했던가.

그럼에도 그 모습 조금도 흐트리지 않고 책은 늘 기다린다.

 

책은 화수분이다.

책은 같은 모양새로 만들어져도 쓰임새가 다르다.

장서가나 애서가들에게 선택된 책들은 대개 한 번 읽히고 고이 모셔진다.

좋은 서가에서 또 다른 책을 읽는 서재의 주인을 그저 바라보며 야속해 하지 않는다.

나는 가끔씩 기억을 더듬어 나의 서가에서 그리움이 담긴 좋았던 책들을 꺼내 다시 읽는다.

책을 사랑하고 책 읽기를 사랑한 어느 노학자가 그가 평생 사랑하며 모은 책들을 기증하며

"두고 보고도 싶다."

라고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런가 하면 도서관으로 간 책들은 수없이 많은, 제각기 다른 읽기 수준을 가진 이들의 손으로 넘겨져 읽힌다.

때로는 감동을 담고 또 때로는 시덥잖은 홀대로 상처를 입기도 하면서 책은 낡아 간다.

그러나 도서관으로 간 책들은 마치 화수분처럼 생명이 다 할 때 까지 닳도록 읽힌다.

겉 모습이 낡아도 책은 정신을 흐리지 않고 언제나 청정하다.

 

책은 스승이다.

책은 보이지 않는 스승이다.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세상 자체가 스승이지만 그 중 가장 큰 스승은 책이다.

동서 고금 석학들의 가르침을 한 끼 식사 값으로 우리는 만날 수 있다.

만약  책의 혜택이 없었다면  우물안 개구리를 면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들이 학교라는 틀의 혜택을 못 받았지만 책 속 스승의 가르침으로 현자가 된다. 

 

나는 책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책의 미덕을 배워 가고 있다.

나는 한 권의 좋은 책을 찾았을 때 한 없이 기쁘고 누군가와 책 이야기를 할 때 행복하다.

때로 나는 우울 하고 의기 소침해지고 외롭기도 하다.

그런 날은 책방 나들이를 나간다.

그 곳에는 나를 기다리는 스승이며 벗이며 행복이 있다.

 

책에는 한 없이 많은 미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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