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도서관
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주머니가 늘 홀쭉함에도 읽고 싶은 책을 빌려서 보지 않고 사서 보는 버릇이다.
이사를 가면 짐을 풀자마자 인근에 서점이 어디 있나 확인부터 한다.
내가 사는 책이라야 한 달에 몇 권 안 되지만 나는 서점에 가는 행복을 오래 전부터 누리고 있다.
서점에는 내가 모르는 책들이 있고 풍광 좋은 경치를 구경하듯 나는 참 좋은 책들 속에서 행복해 하다가 한 두권의 책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 온다.
늘 책에 목마르던 나는 1977년 내가 단골로 다니던 동네 책방의 주인이 되고 남들은 모르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책을 사러 오는 사람이 있으면 책을 팔아서 좋고
손님이 없을 때는 책을 읽어서 좋고.
나는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두고 보고 싶은 책을 한 두권씩 손님이 되어 사다 집에 있는 나의 서가를 채웠다.
나는 돈이 없어도 책만 있으면 행복했다.
집은 좁은데 책은 자꾸 쌓여 가도 나의 책 사기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분당 신도시로 책방을 옮겨 어린이 서점을 시작했을 때 우리 책방에 오는 독자들이 분당에 도서관이 한 군데도 없다는 말을 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서 어린이 책 2000 여 권을 골라 책방의 반을 막아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책이라 독자들이 아주 좋아 했다.
그러다 나는 자꾸 오르는 집세(책방과 도서관)를 감당하지 못해 정리를 하게 됐다.
그 무렵 나의 도서관 장서는 늘어 거의 일만권 가량 되었다.
분당에 있는 영구 임대 단지에 있는 복지관과는 이런저런 일로 알고 지내고 있었다.
나는 그 복지관 관장과 의논해 내가 가지고 있던 도서관의 장서와 서가등 모든 것을 기증했다.
서점도 문 닫고 책도 많이 줄고........
나는 또다시 책에 목마르기 시작했다.
우리 식구들은 이런 나를 위해 무슨 기념할 만한 날이면 도서 상품권을 선물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다.
나는 한 권 두 권 책을 사 모아 두 번째 도서관을 만들고 있다.
노래처럼 '누가 나에게 책만 사는 카드 하나 안 만들어 주나.'라고 하면 딸애들은
"엄마, 조금만 기다려. 책만 사는 카드 만들어 줄게"
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책을 사 모으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지 돈도 없으면서 왜 꼭 사려고 해요?"
그건 생각이 달라서 이다.
책은 한 번 보고 마는 일회용이 아니다.
나는 뭔가 마음이 안 잡히고 뒤숭숭 할 때 친구와도 같은 책들을 보고
또 삶의 어려운 고비가 닥치면 스승을 찾듯 서가를 거닌다.
그리고 나의 작은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빼 들고 읽는다.
그곳에 길이 있고 희망이 있다.
나는 책을 한 번 만 보지 않는다.
내가 좋아 하는 작가의 책은 몇 번 씩 보고 책 등의 제목을 보며 감동이 어린 추억의 책을 소중히 꺼내 다시 본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부터 나의 책 사기와 읽기는 더욱 바빠졌다.
이제 나의 책은 서가를 넘치다 못해 바닥에 쌓이기 시작한다.
나의 두 번째 도서관이 만들어 지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늘 책에 목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