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책읽자

유럽의 책 마을을 가다

가을글방 2013. 2. 3. 05:27

 

 

    책들의 성지를 찾아간 순례기

   유럽의 책 마을을 가다  /  정진국  /  생각의 나무

 

   내가 이 책을 찾은 곳은 대전에 있는 한 유치원 강의를 마치고 들른 <왜요?  아저씨>가 운영하는

계룡문고의 새로 만든 헌 책 코너에서이다.

   이 책을 새 책방에서 사지 않고 헌 책방에서 샀다는 것이 책을 읽어 가는 내내 내 마음을 편하게 했다.

   그것은  저자가 찾아간 책 마을에 있는 책방들이 거의 헌 책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헌 책이 아니었다.

   책을 좀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알수 있는,  책의 페이지 마다 펼쳐 본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헌 책방에 있는 상당수의 책들은 헌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2007년 봄 부터 2008년 초 겨울 까지

2년 가까이 유럽 9개국의 24곳에 있는 책 마을을 걸으며 답사하고 만난

책방과 그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의 기록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책마을을 여행한 여행기가 아니다.

책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의 거울이며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그들의 문화가 들어 있는 산 역사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철학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 작가가 가진 높은 안목에 깊이 감사할 것이다.

그는 책 마을과 그들이 팔려고 하는 책들, 다시 말해서 여러 시대를 살아 온 지식인들이

그들이 아는 것을 후세의 누군가를 위해 써 남긴 귀중한 선물들,

 때로 잊혀지고 외면 당할 수 있는 그 귀한 보물들을 찾아 간직하고 전하려는 눈물겨운 일들의 한 모습을 우리에게 전한다.

허름하고 먼지 쌓인, 오래된 서가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한 한 권의 보석 같은 책은 그냥 읽고 넘어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어느 비옥한 땅에 뿌리 내려 또 다른 걸작을 낳고 인류 문화를 살찌운다.

 

    한 권의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좋은 저자와의 흥분된 만남이며

  새로운 세상에의 경이로운 여행이며

  영혼에 얹어지는 고귀한 지적 자산이 늘어나는 것이며

  읽는 내내 얻어지는 행복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들라면  첫째가 책 읽기이고 둘째가 사람 만나는 것이고 그 다음이 여행이다.

   이 책 유럽의 책 마을 순례기는 이 세 가지를 다 충족 시켜준 훌륭한 책이다.

   근 이십년 작은 책방의 주인이었던 나는 머리 하얀 할머니가 되어서도 책방에 앉아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내가 사랑한 책들을 소개하고 책에 대한 담소를 나누며

무엇보다 책이 가득한 곳에서 책 읽는 몰아의 경지에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감당 할 수 없이 오르는 집세에 밀려 그토록 사랑했던 책방을 접고 여러날 앓아 누어야 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 많은 아름다운 책방 순례를 다닌 저자가 부럽고

대부분 자신의 집에서 손님이 많건 적건 책방을 유지하고 있는 책마을에 있는 책방 주인들이 부러웠다.

   또 그들이 전문서점의 형태를 고수 하고 그 분야의 전문인이란 점에,

  그리고 또 가끔은 절판 된 책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 

  고 서점이면서 어느 작가의 그것 못지 않은 서재를 같이 가지고 있는 애서가며 독서가인 점에,

   그리고 그 책방들이 큰 도시가 아닌 한적하고 아름다운 시골마을에 있다는 점에

   .........

   .........

나는 많이 공감하면서 내가 그들중의 하나가 되지 못한 게 내내 아쉬웠다.

 

  나는 마치 잘 쓰여진 수필을 읽은 것과도 같은 편안함과

 한 평생을 여행으로 살아온 사람이 들려주는 잔잔한 삶의 이야기와

 책에 관한 해박한 지식인이 전해주는 강의와도 같은 문장에 며칠 밤이 행복했다.

  책을 사랑한 많은 작은 책방 주인들이 나처럼 , 혹은 대형 서점에 밀려 문을 닫고 이제 동네 사랑방이던 책방이 몇이나 남아 있을까?

  또  얼마나 많은 아까운 책들이 책 마을이 없는 우리 현실에서 저울로 달아지는 요절을 맞고 있는가?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소비문화를 일으키고 두집 건너 하나인 식당이 외식이 자연스럽게 만드는 풍조에서

  책방이 하나도 없는 마을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은 먼 앞날에 책에 대한 추억들이 있기나 할까?

 

   아마도 나처럼 저자도 또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도

  책마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뜻을 합쳐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책 마을이 한 곳 두 곳 생겨나기를,

  그래서 그곳에서 행복한 책 읽기를 아는 사람들의 반가운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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