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하고 짜릿한, 성숙하지 못한 십대들의 성장기
알래스카를 찾아서 / 존 그린 지음 / 최순희 옮김 / 바람의 아이들 펴냄
좋은 책은 뒤로 갈수록 깊이가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이 책의 전반부 절반까지는 내 독서 성향으로는 진부하고 산만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10대들의 일상의 나열로
나는 이 책을 선택한 것이 잘 한 일인가 의심을 했다.
그러나 잘 읽혀지지 않는 전반부 (아마도 10대들은 이 전반부를 가장 흥미롭게 그리고 빠르게 읽을 것이다.)를 인내심을 갖고 읽어가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차츰 하면서 읽기에 속도가 붙었다.
진지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삶은 고통으로 꽉 찬 미로다.
어찌보면 우리는 그 끝이 무엇인지 모르는 미로속을 허우적대며 때로 무너지고 더러는 성장을 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뚱 (마일즈, 너무 말라서 친구들이 붙인 별명인 뚱뚱보의 준말)은
용감하게도 평화롭고 아늑한 일상에 단조로움을 느끼고 미로인 사립기숙학교로 전학 가는 길을 택한다.
부모의 애정어린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또래끼리 어울려 사는 삶, 이것은 대부분의 십대들이 두려워 하며 그리는 삶인지도 모른다.
과연 뚱이 맞이한 기숙학교에서의 새로운 삶은 사감(?)인 독수리 선생의 걱정처럼 아슬아슬한 미로다.
그 미로의 중심에 알래스카가 있고 주변에 괴짜들인 공부천재 대령과 랩의 천재 타쿠미, 그리고 라라가 있다.
이 다섯 십대들은 나름의 장기들을 가지고 자신들의 청소년기를 멋지세 살려는 계획들을 한다.
어느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이 다섯 아이들에게는 크고 작은 상처가 있다.
여덟살의 나이로 위급한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여 골든 타임을 놓쳐 어머니를 죽게한 알래스카의 비극과
뛰어난 천재인 대령의, 전액 장학생이 아니면 공부를 할 수 없는 절대 극빈의 환경,
범생이의 표본이었다가 불량성 장난기의 천재들과 어울려 <교칙 위반하기>의 복판으로 뛰어든 뚱 들의 삶은
어른들의 우려와는 달리 어쩌면 반듯한 어른이 되기 위한 건강한 허물벗기일 것이다.
어느날 이유를 모르게 알래스카가 죽는다.
그것도 한밤중에 술에 만취한채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려 경찰차를 들이 받는 사고로 죽은 것이다.
남아 있는 네 아이들은 알래스카의 죽음에 자신들의 책임을 절감하며 그들 곁을 떠난 알래스카를 찾는 일에 매달린다.
알래스카의 죽음은 사고인가 자살인가.
그 어느 것이라도 그 죽음을 막지못한 책임에서 아이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뚱의 특별한 취미인 <임종시에 남긴 말>은 <미로에서의 탈출>과 씨줄 날줄로 얽히면서
아이들을 고뇌에 빠트리고 또 성장케 한다.
이 책을 청소년들 앞에 펼칠것인가를 두고 나는 여러번 망설였다.
그것은 전반부 (알래스카가 죽기전)와 후반부 (알래스카가 죽은 뒤)가 다 어렵기 때문이다.
어렵다는 말은 취사를 잘 한, 제대로의 이해접근에 따른 우려이다.
그러나 나는 어른들의 십대들에 대한 반도 못 따르는 이해 속에서 생기는 우려보다는
한층 성숙한, 내가 만난 십대들을 믿으며
이 책이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각자 앞에 놓인 고뇌의 미로벗어나기에 도움을 주리라고 믿어
나의 블로그 식구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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